자랑질 실패

마누라가 큰 맘 먹고 지갑을 하나 사주셨다.
2007년 지갑을 잃어버리고 아마존에서 30불에 산 싸구려 지갑을 쓰는 내가 안쓰러웠나보다.

새 지갑을 학교가서 자랑하는게 오늘의 최우선 할 일이었다.

계획은 이랬다.
  1. 생일이니까 커피 산다고 친한 선후배들을 부른다.
  2. 우르르 끌고 커피점 가서 하나씩 주문한다.
  3. 계산할 때 마누라가 사준 지갑을 꺼낸다.
  4. "아 이거 지갑이 새거라 카드가 잘 안 빠져나오네" 하며 오랫동안 지갑을 보여주며 자랑아닌 자랑을 한다.
1, 2번 모두 성공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커피점에 간 인원 중에 프로포절을 끝낸 형이 있었다.
그 형이 프로포절 끝낸 기념으로 쏘셨다.

그래서 마누라가 사준 새 지갑은 내 주머니에서 나오지도 못했다.
흠.. 언제 자랑할 타이밍을 다시 잡나...

by 곰철 | 2010/02/05 15:37 | 유학생활 | 트랙백 | 덧글(2)

한 살 더 먹으며

생일은 2월 3일이지만, 마누라가 대학 선후배들 불러서 지난 토요일에 깜짝 파티를 해줬다.
근데 문제는 내가 깜짝 파티를 미리 알았다는 사실.

마누라 나한테 들켰다능


파티 계획은 이랬다.
  1. 마누라는 토요일에 출근을 하는 것처럼 집을 나선다.
  2. 나를 납치한다. (다른 사람 집에 모여서 게임)
  3. 그 사이 마누라는 장을 보고 와서 음식을 준비한다.
  4. 친구들은 우리 집에 속속 모여든다.
  5. 나를 풀어준다.
  6. 내가 집에 돌아와 문을 열때 놀래킨다.
파티 며칠 전 스타 한 판 하자는 전화에
"아.. 여기에 내가 후배 집 문 열고 들어가면 깜짝 놀래키나부다" 라고 오해했다.

파티 당일 아침에 마누라가 집을 나서는데 많이 갈등했다.
혼자 장보고 음식하느라 힘들텐데 "자기야 나 오늘 다 알아" 하면서 말려야 하나
아니면 애써 준비한 건데 모른체 해야하나.

결국 모른체 하기로 했고 마누라는 집을 나섰다.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ㅠ.ㅠ

시간이 되어 후배가 나를 납치하러 왔다.
난 긴장을 하며 후배 집 문을 열었는데 아무도 업었다.
허걱.. 그제서야 파티 장소가 우리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근데 문제는......
후배 집에서 파티하는 줄 알고 집 청소를 하나도 안 해놓고 왔다는 것.
마누라 완전히 독박쓰는 날이었다.
아침에 나가서 장을 보고 온 마누라가 집안 꼴을 보고 쓰러지는 줄 알았다고 한다.

별 볼일 없는 남편 생일 챙겨주느라 고생한 마누라!
정말 고마워 잊지 못할 생일이 될 것 같아.
그날 밤 자기랑 사건의 전모를 다 이야기 하면서 얼마나 웃겼는지 몰라. 그리고 많이 미안했어.
앞으로는 미리 아는 체 할테니 같이 준비하자.
사랑한다능

by 곰철 | 2010/02/04 03:10 | 유학생활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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