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쿡판, 프랑스판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2

기나긴 인터뷰 주간은 아마도 내일이면 끝날 것 같다. 대신 지난 주부터 논문 쓰기 주간이 시작했다. 논문을 쓰기 위해 관련 논문을 읽다보면 아래와 같은 표현이 자주 나온다.
Due to space limitations, these descriptions are not comprehensive; a more complete discussion is presented in Chen (1996)
"지면 관계상 대충 설명하오니 원하시면 다른 문서를 참조하셈!" 정도 되겠다. 뭐 이 정도는 양반이다. 적어도 친히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어딜 찾아보면 되는지 알려주니까. 하지만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만나면 아주...

삭제는 삽입을 거꾸로 하면 되거든? 형이 친절히 설명을 써주고 싶은데 종이가 모자라네? 되겠다.

국내에서 김성모 화백이 이 "싸가지"없는 표현의 개척자라면 외쿡에는 페르마(Fermat) 형님이 이미 1640년대에 이 분야의 선구자로 이름을 날리고 계셨다. 

그리스의 학자 디오판투스(Diophantus)가 3세기 경 그의 책 산학(Arithmetica)에서 주어진 하나의 제곱수를 어떻게 다른 두 제곱수의 합으로 나눌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내었다. 쉽게 풀어쓰자면 k*k = u*u + v*v에서 k를 주면 u와 v를 찾는 문제 되겠다. 디오판투스는 문제 밑에 k가 4일때에 대한 해답을 적어놨다. (위키 참조)

1640년경 이 책을 본 페르마 형님은 그 문제를 보고 옆 여백에 이렇게 적었다고 한다.  
이미지는 위키피디아에서

페르마가 위에 나온 문장을 사실 펜으로 직접 적었지만, 그 원본은 사라졌다고 한다. 대신 페르마의 아들이 1640년에 페르마가 썼다는 문장을 활자화해서 책을 냈다. 현대 영어로 바꾸어 보면 
It is impossible to separate a cube into two cubes, or a fourth power into two fourth powers, or in general, any power higher than the second into two like powers. I have discovered a truly marvellous proof of this, which this margin is too narrow to contain.
"형이 알려주께 잘 들어. 세제곱수를 다른 두 세제곱수의 합으로 나누는 건 불가능하고, 네제곱수를 다른 두 네제곱수로 바꾸는 것도 불가능하고, 일반화 시켜서 이야기 하면 세제곱 이상의 수를 또 다른 세제곱 이상의 수로 바꾸는건 불가능하거든? 형이 정말 들으면 까무러칠만한 증명법을 발견했어. 근데 이를 어째 여백이 부족해서 쓸 수가 없네?" 되겠다.

김화백의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를 미리 예견하시고 이미 360여년 전에 휘갈겨 쓰신 낚시글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 

참고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궁금하거나, 전산학 하는데 왜 내가 수학을 해야해 프로그래밍만 잘하면 돼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계시면 아래에 나온 책 하나 사서 보시기 바란다. 만원도 안 한다. 수학 지식은 전체 책의 30%도 안 하는 걸로 기억한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정상적으로(?) 마친 학력이면 이 책 읽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한 마디로 닥터 노구찌 만화처럼 읽고나면 공부하고 싶은 욕망이 샘 속는 책 되겠다.

알라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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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철 | 2009/03/26 14:06 | 잡담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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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곰돌군 at 2009/03/26 17:05
바꿔서 말하자면 김화백님의 지적수준은 상당히 심오한 것이었군요..(...)
Commented by 곰철 at 2009/03/27 00:16
인터넷에 올라온 그 분 만화에 나오는 컷들을 한 번 살펴보세요. 어젯밤 글 쓰고 찾아봤다가 한 참을 웃었습니다. 센스쟁이 ㅎㅎ
Commented by 용섭 at 2009/04/08 15:47
모아사마 블로그에서 넘어왔습니다.

마지막 문장의
"한 마디로 닥터 노구찌 만화처럼 읽고나면 공부하고 싶은 욕망이 샘 속는 책 되겠다."
를 보니,
공부하고 싶은 욕망이 샘 솟는 것처럼 속는 다는 뜻인가요. 하하하

저는 닥터 노구찌 만화 약효는 일주일도 안 되더군요.
좀더 강력한 처방이 필요할듯.
Commented by 곰철 at 2009/04/09 09:51
이래서 탈고가 중요한 것인데... 앞으로는 오탈자를 더 잘 봐야겠군요.
닥터 노구찌는 저 역시 기말고사 기간에 봤었는데 기말고사 기간도 못 넘어가더라고요.
하지만 읽는 순간에는 정말 공부하고 싶다는 욕망이 ^^
Commented by Adapter at 2009/06/28 04:00
페르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만화 짤 대사가 생각이 잘 안나서 찾아보러 왔다가 페르마에서 뿜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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